“안전은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인 예방적 안전활동을 통해
 잘못을 바로 잡아야 지킬 수 있어”


 

안전사고가 빈발하던 1996년 창립 이래 22년 동안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안전을 위해 다채로운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는 (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최근에는 국회자살예방포럼을 통해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위한 법제도 정비 등 자살예방대책 마련에도 온힘을 쏟고 있다. 안전신문은 권도엽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만나 새해 역점 추진할 사업과 함께 지난해 자살예방사업 추진 성과 및 올해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2019년이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는 소감과 함께 안실련 공동 대표로서 포부의 말씀 밝혀 주십시오.

―새해에는 안전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힘을 모아 소중하게 지켜 나가는 것, 이제 더 이상 경제적 이득을 위해 안전을 희생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새해에는 기존의 각종 안전규제를 현실에 맞게 대폭 손질해 새로운 사회안전 트렌드 변화를 선도토록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정부와 국회에 가감없이 전달하고 변화를 촉구해 나가는 것이 안실련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또 더 이상 국가가 개인의 안전을 모두 지켜 줄 수 없으므로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과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공동체 안전문화를 확산해 나가는 방안도 고민해 나갈 생각입니다.

▲새해 진행될 안실련의 주요 사업을 소개해 주십시오.

―안실련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안전사고가 빈발하던 1996년 5월 안전의식 고취를 목표로 창립됐습니다. 그 후 22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 산업안전·생활안전분야 정책개선, 교육 및 홍보활동을 꾸준히 해온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화재, 승강기안전, 자살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분야 안전문제 해결과 생명존중,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먼저 각종 사회 안전문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와 시민의 뜻을 더 많이 대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안전정책혁신, 제도개선, 교육홍보에 역점을 뒀으나 각 분야 전문가 집단을 통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건전한 대안을 적극 제시해 나가고자 합니다.

둘째 기업과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안전문화 확산에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국 15개소 지역교통공원 운영을 통해 어린이 노약자 현장교통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국토부·행안부·현대차·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과 협업으로 어린이 안전짱 박람회와 퀴즈대회 개최, 어린이·노약자·다문화가정에 대한 안전교육, 화재·승강기 안전교육, 소규모 건설사업장 안전수칙 홍보 등 20여개 프로그램을 운영해 안전의식 제고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또 안실련이 자체 개발한 안전지도사 자격증 운영을 내실화하고 안실련 강사 자질 향상을 위해 어린이 제품안전,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 교육 등 정예 강사요원을 양성, 다양한 안전강사 수요에 대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자살예방을 위한 국회자살예방포럼 활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자살예방법 등 관련법을 전면 개정토록 총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전국 조직인 안실련 지역조직 활성화를 통해 지자체 단위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도록 회원 가입을 확대하고 현장안전문제 해결에 조직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입니다.

기해년을 맞아 권도엽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왼쪽)가 본지 사장을 만나 자살예방사업 등 2019년 안실련이 역점 추진할 사업과 안전에 대한 그의 소신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살예방을 위한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 중이며 안실련도 이에 발맞춰 관련 사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성과와 올해 추진계획을 밝혀 주십시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15년째 자살율 1위(2017년 리투아니아가 OECD 회원국 가입으로 우리나라가 2위)라는 명예롭지 못한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다행히 정부에서 자살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에 전담과를 설치하고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배려와 관련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안실련도 시민단체의 힘을 모아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자살예방대책다운 대책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안실련에서는 2년전부터 자살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과거 안실련이 22년간 교통사고 줄이기에 매진해 왔던 경험을 살려 자살예방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부터 한국자살예방협회,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등 유관단체와의 협력적 네트워크를 본격 가동해 향후 10년간 자살률 절반으로 줄이기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자살예방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중요해 지난해 2월 27일 국회의원 39명이 동참하는 국회자살예방포럼을 설립하고 지난해 총 6차례의 자살예방관련 릴레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자살예방을 위해 법과 제도개선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모아 나가고 있으며 안실련이 포럼 사무국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 정부의 자살예방예산은 220여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005% 수준에 불과하고 일본의 8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부족해 앞으로 국가 자살예방시스템을 대폭 보강키 위한 예산·인력 확보에도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별 자살예방정책 추진실태를 시민사회 차원에서 평가하고 우수활동단체나 개인에게 국회 차원에서 시상하는 한편 전국 안실련 어머니지도자를 교육해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로 양성하는 등 자살자를 줄이는데도 안실련이 적극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국민 생명지키기 프로젝트에 따라 올해에도 다양한 산업현장 사망사고 줄이기 정책이 실행됩니다.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조언의 말씀 부탁합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발생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아직도 독일, 일본 등 산업재해 선진국보다 재해 사망자수가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2017년도 노동부 통계에 의한 전체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보면 재해자수는 8만9848명, 사망자수 1957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산업현장에서 후진적 사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10일 발생한 서부발전 태안발전소 비정규직 하청업체 근로자의 석탄운반설비 협착 안전사고를 계기로 하청근로자의 열악한 환경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산업협장의 오랜 과제인 하청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위험의 외주화 등 차별적 근무환경 개선이 이뤄지고 안전만큼은 절대 소홀히 하지 않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이 여야 합의에 의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선진 산업안전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이제는 구호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예방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소홀한 것, 잘못된 것을 하나하나 바로 잡아 나가야 합니다.

듀폰의 안전관리사례처럼 사고위험은 일부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리더 자신의 문제라는 인식하에 안전을 회사의 핵심가치로 명문화하고 안전교육 의무나 안전규칙 위반에 대한 처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등하게 적용, 모든 안전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새롭게 설치한 설비나 재설치한 장비는 관리자가 가장 먼저 시운전을 한 다음 안전상 이상이 없을 때 직원을 투입하며 작업장안전정리방법, 화학물질관리방법, 사고발생시 대응방법, 근로자건강과 안전관리방법, 근로자 갈등관리 프로그램 등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사고예방 및 비상대응 매뉴얼 제정을 통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특히 하청기업 선정시 그 기업의 안전관리실태를 진단하고 안전관리위원회 승인 후 하청을 승인하며 하청기업을 선정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안전관리실태를 불시에 점검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실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STOP(Safety Training Observation Program)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TOP프로그램은 작업 중 일어나는 사소한 사고나 위험요인도 상부에 보고토록 하고 동료의 안전행동을 칭찬하고 불안전한 행동을 누구라도 지적해 시정토록 하며 안전문제에 대한 의견은 자유롭게 개진토록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안실련이 안전 여론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밝혀 주십시오.

―안실련은 지난 22년동안 안전의식 고취,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과 홍보, 현장 캠페인 등에 역점을 두고 활동해 왔습니다. 특히 연간 1만3000여명의 사망자가 나던 교통사고 사망자를 최근 3000명대 수준까지 낮추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추진 노하우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각종 사회 안전이슈에 대한 선제적·예방적 조치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조직의 활동방향을 전환하고 안전정책연구소 전문가 적극 영입, 안전문화원과 안전학교 등 안실련 산하조직활동이 보다 활성화 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또 사회 곳곳에 잠재된 안전문제 실태를 독자적으로 조사하거나 어린이와 노약자 교통안전시설 관리실태 조사, 고속도로 안전띠 착용률 조사 등 현장조사와 대안 제시, 안전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등 예방안전활동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 위해 활동방향을 전환해 나가고자 합니다.

안전신문 등 언론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관련 부처 및 안전관계자들에게 한말씀 바랍니다.

―재난과 안전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어렵고 힘든 부서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재난안전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부서로서 전문가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첨단장비를 운용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부서입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서가 아니라 할지라도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재난과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맡은 바 직무에 더 충실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또 안전문화가 바뀌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년이 지나야 하므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안전업무인 만큼 차근차근 안전기반을 다지는 일에 묵묵히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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